2019년 상반기 통역장교 선발시험에서 육해공 3군 모두 최종합격한 정유준씨가 자신이 시험준비하던 기간에 썼던 일기를 보내주셨습니다. 통역을 연습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느끼는 '고통'이 절절히 묻어납니다. 아프지만 끊임없이 돌아보며 방향을 잃지 않은 점이 성과를 만들어낸 원동력이네요.

 

다음 시험 준비하는 지금 학생들도 심리적인 수렁에서 많이 헤메고 있는데 이 글이 큰 울림을 주리라 봅니다. 읽어보시고, 모두 힘내서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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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승국 선생님 덕분에 육해공 통역장교 모두 최종합격한 정유준이라고 합니다.

 

 

선생님이 시키시는대로 잘 따라가면서 기존에 선배들이 작성한 수기를 참고하시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으실겁니다.

 

 

이미 통역공부방법이나 시험당일에 대한 정보는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제가 통역장교 시험을 준비하면서 작성했던 일기의 내용을 공유하고자 합니다제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성장을 했는지 보이실거고 이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19 2 28일 목요일

어제 밤에 잠을 깊이 못잔 느낌이었고 이로인해 머리의 정보처리속도가 평상시에 비해 더딘 느낌이었고 오후에 있던 통역스터디에서 전전긍긍했다.

상대방의 피드백 없이도 결국에 내가 통역을 잘했는지 못했는지는 내가 하면서 안다.

좋은 통역 결과물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논리적인 흐름이 기반이 되어야한다. 이야기의 논리적 흐름을 따라가야만 지문의 완전한 이해 및 정리가 가능하고 머릿속에서 이해와 정리가 기반이 되어야 기억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단어 하나하나에 대한 집착보다 지문의 흐름을 크게 파악하고 있어야하며 덩어리간의 연결관계가 통역의 핵심이다. 선생님이 늘 강조하신 결국에 머리로 움직여야 된다는 말이 결국 이 말 같다.

 

 

 

 

2019 3 1일 금요일

열심히는 하고 있지만 오늘 스터디때 통역했던 내용들을 녹음해서 복기해보니 결과물이 대체적으로 기대미만이다.

솔직히 한->영 통역은 상위권에서는 크게 변별력이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본다. 결국에 영->한 통역에서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큰데 내 문제는 이해-정리 부분이 현재 가장 크다. 놓치는 부분이 너무 많고 들어도 이해자체를 못하는 부분들이 거의 항상 존재한다. 일단 노트를 보면 영->한 통역에서 기호가 부족하고 디코딩이 어려운 형태로 노트테이킹이 되어있는데 결국 이는 이해의 부족, 기억의 부족에서 오는 문제라고 본다.

 

 

2019 3 6일 수요일

덩어리마다 통역의 결과물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이해를 못한 부분, 정보의 흐름을 못따라가 아예 듣지조차 못한 경우, 언어변환이 재빠르게안되는 경우, 노트를 보고 디코딩이 안되는 부분, 문장이 너무 복잡해지거나 이상해져서 더듬거나 심지어 백트래킹 하게되는 경우. 물론 몇가지가 중첩되는 경우의 통역결과물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덩어리가 안생기도록 하는것이 이상적이지만 만약 생기더라도 당황해서는 안되고 그 부분을 맥락의 흐름에 맞게 잽싸게 던지고 빨리 넘어가야만 한다.

 

현재 영-> : ->영 비율을 4:1로 연습하고있다. 영한 지문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은 큰 문제이다. 들으면서 언어변환까지 하는게 무리인걸까? 직관적인 노트테이킹이 잘되어야한다. 노트테이킹에서 머리를 쓸 여유는 거의 없다. 어찌보면 전혀 없고 기호가 중요한 것이 시간을 벌어주는 일종의 아이템이기 때문에 기호사용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 발화에서 그리고’ ‘또한’ ‘굉장히’ ‘이러한 등 도 결국엔 ’ ‘’ ‘과 같은 filler라고 보면된다.

 

 

2019 3 8일 금요일

오늘 내가 했던 10개 넘는 통역 중에 파도를 제대로 탄 통역은 거의 없다. 듣기부터 시작해 발화까지 파도에 올라타고 급류를 타다가 내려오는 과정과 같다. 침착하게 모든 과정을 소화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단어를 보는 것보다 맥락상의 의미를 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2019 3 9일 토요일

 

 

앞으로 세가지에만 집중해서 시간을 할애해야한다.

 

 

고도의 집중력으로파도타기 듣기  디테일까지 다 잡는 것이 목표지만 실상 어려운 경우 버릴건 버려야

더듬기 (filler, pause, back-tracking) 없는 속도감 & 자신감있는 발화

노트테이킹 leverage (언어변환 + 기호화)– 통역에서 단어는 총알 같은 존재다. 단어가 머릿속에 장전되어 있지 않으면 당연히 밀릴수 밖에 없다.

 

 

 

 

2019 3 13일 수요일

Focus – 어떠한 상태에서도 (긴장, 피곤함, 배고픔, 화장실등등) 지문의 흐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침착하게 얼마나 잘 쫒아갔는가.

 

 

Understanding – 인과관계, 논리적흐름, 예시의 맥락상 역할, 화자의 의도,글의 맥락 및 초점을 얼마나 잘 머리속으로 이해했는가, 무슨내용인지 얼마나 잘 파악했는가.

 

 

Memory & Organisation – 노트에 표기할수 없던 정보들을 머릿 속에 얼마나 잘 저장 및 기억하여 시간안에 침착하고 신속하게 끄집어 내었는가.

 

 

Conversion – 언어변환 역시 속도가 생명이다. 특히나 영한 통역에서 즉각적인 언어변환이 안되는 단어들은 영어로 짧게 (최대 4글자) 노트테이킹을 해야한다. 최적의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 단어는 근접한 의미의 단어(대체어)로 대체 사용하거나 혹은 풀어서 설명해야겠지만 그 조차도 어려운 경우라면 과감히 버리고 넘어가야한다 (오역보다는 비언급이 낫다). 상응하는 표현을 신속하게 찾는 것도 일이지만 영어와 한국어의 문법구조가 다르다는 점도 잘 감안해서 도착어로 내뱉은 내용이 호환성과 문법적으로 듣기에 자연스러워야 한다.

 

 

Delivery – Start with a BANG. Finish with a BANG은 진리다. 더듬기 (Pause, Back-tracking, Filler)는 금기다.

출발을 3초 이내로 반드시 해야한다. 침착하고 차분한 말투로 전달하되 어느정도 속도감은 필수다.

 

 

 

 

2019 3 16일 토요일

통역이 재밌는 것도 스릴 넘치는 것도 사실이긴하지만 굉장히 어렵다.

무작정 기계적으로 다 받아 적는 게 아니고 흐름을 이해하면서 기억을 trigger 해줄 수 있는 핵심단어들과 단순히 기억하기 어려운 숫자, 명칭, 요일, 단위등을 노트테이킹 한다.

주저함이 없는통역을 위해선 디코딩과 언어변환 속도가 빨라야한다. ‘편안한 통역’- 속도도 중요하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하는 통역이 중요. 내가 편안해야 듣는 사람도 편안함을 느낀다.  

 

 

2019 3 25일 월요일

오늘 모의고사에서 내 통역 결과물은 정말 처참한 수준이었던 것 같다. 잠을 제대로 깊이 못잤던 것도 하나의 원인이지만 내 통역방식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영한, 한영 통역 모두 거의 소설을 쓰고 나왔다. 특히 영한 통역은 핵심파악도 되지 않은 답 없는 통역이었다. 듣지않고 무작정 하이퍼 모드로 적어나가기만 했는데 디코딩도 안되고 정말 엉망진창이었다. 귀로 듣고 이해하는게가장 기본이면서 핵심이다. 연습이든 실전이든 다음날 통역을 할꺼면 무조건 잘 쉬고 컨디션 관리를 확실하게 해야한다. 우황청심원은 반병 정도로만 다시 실험해봐야겠다. 오늘은 오히려 악영향을 받은 것 같다. 노트 사용을 줄이고 정말 제대로 듣고 핵심을 파악하는 연습이 중요하다.

 

 

2019 4 1일 월요일

통역은 한방이다. 들을 때 갈린다. 첫단추를 잘끼우고 흐름을 타야한다.

Start with a BANG. Finish with a BANG. 정신차리고 똑바로 이해하면서 제대로 따라가며 듣는 것이 95%라고 본다. 나머지 5% Delivery. 제대로 들어야 Delivery도 좋은 것. 들을 때는 오히려 어느정도 긴장을 하고 집중력있게 듣는게 필요.

 

 

 

 

 

 

2019 4 6일 토요일에 있던 143기 공군통역장교 시험 이후로 제 일기의 초점은 다른 분야로 바뀌었고 해군(3), 공군 (4) 통역시험 이후로 육군통역시험 (5)  2 3차 전형부터는 사실 굉장히 가벼운 마음으로 별 준비 없이 임했습니다. 통역장교를뽑는 전형인만큼 통역이 가장 중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열심히 준비하셔서 꼭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정유준

Posted by 김승국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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